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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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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수용
제자들을 부르심은 처음부터 당신의 “말씀”과 연결됩니다. 말씀이 동트는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루카 5,1)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는 첫 말씀을 건네십니다. 허탕만 치고 이제 지쳐서 집에 가려는 베드로지만 그 말씀에 순명합니다. 두 번째 말씀이 건네집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목수의 아들인 예수라는 사람이 고기잡이 전문가인 어부 시몬에게 한 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호수를 누비며 그물을 쳤지만 한 마디로 못 끌어 올린데다가, ‘오늘 종 쳤다’며 집으로 가기 위해 힘 빠진 손으로 겨우 겨우 그물을 건져 올리는 어부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당시 어부들의 상식으로는 해가 뜨면 물고기들이 호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려서 그물을 쳐도 닿지 않으니 헛수고할 게 뻔합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우리도 종종 말씀을 들을 때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나의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할 수 없는 때가 있습니다. 보통의 일반적인 우리 인간의 마음은 말씀이 나를 이끄시는 곳으로 가기보다 그저 편하고 익숙한 것만, 좋은 곳만, 나를 알아주는 곳으로만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시몬 베드로는 말씀에 순종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루카 5,5) 과연 말씀의 능력이 기적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바로 “말씀”의 수용, 순종의 기적입니다. 시몬 베드로의 답변은 부르심을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말씀을 듣고 어떻게 수용해야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영적 여정은 말씀의 수용, 순종을 거칩니다. 성모님도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했기에 모든 은총의 중재자가 됩니다. 또한 카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자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합니다. 말씀에 순종하는 삶은 또 다른 순종에로 이끕니다.

수동의 영성, 제자됨의 시작
우리들은 대부분 3가지 형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제민 신부님의 [제3의 인생]이라는 책에 따르면, 제1의 인생은 자신의 힘에 의존하는, 능동의 영성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는 시기입니다. 제2의 인생은 자신의 힘의 한계와 좌절을 체험하는 시기로 능동의 영성이 지닌 한계를 뼈저리게 체험하는 시기입니다. 자아가 부서지고 깨지고 하느님이 새롭게 빚으시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그리고 제3의 인생은 이제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께 의탁하는 시기로 수동의 영성에 바탕을 둔 인생입니다. 수동의 영성은 자신의 힘을 빼고 대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영성입니다.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길입니다.
오늘 복음은 내 힘만을 믿고 애쓰는 것과 말씀이신 예수님을 수용하는 것이 맺는 열매가 얼마나 대조적인지를 보여 줍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사람들이 한 노력은 아무 것도 이루어내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시몬 베드로의 경우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 했습니다”라는 답변 속에 능동적인 영성의 한계와 좌절을 묵상하게 합니다. "노력이라는 단어는 즉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의 기준이 애써서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해 버린다. 애쓴다 함은 관상 기도의 성장에 있어서 필요한 수용성이라는 기본적 조건을 무산시켜 버린다. 수용은 … ‘절대 신비이신 분’을 기다린다는 단순한 태도이다."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104) 그리고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려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는 대목은 수동의 영성이 얼마나 은혜로운가를 묵상하게 합니다. 베드로는 제자됨의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부르심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새 소명을 받고 제자로서 새 인생이 시작됩니다.
향심기도 가족 여러분! 영적 여정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바로 수용성이 아닐까요? "…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성취한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데 달려 있습니다. … 하느님의 베푸시는 능력이 무한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영혼의 능력도 끝이 없습니다. … 영혼이 하느님으로 변모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이루시고, 영혼은 받아들입니다. … 수용성이야말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위하고 하겠습니다." (마이스터 엑카르트 설교,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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