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5 09:09

사순 제3주일

조회 수 4238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루가13, 3)

 

지난 해 안식년을 맞아 30일 피정을 할 수 있는 은총을 받았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참으로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때 오늘 말씀에 나오는 ‘회개’와 관련하여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었다.

 

피정 9일째였다.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며 몸과 마음이 아주 가벼워지고 있었다. 피정을 시작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마주 친다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지고 있을 때, 주님은 조용히 다가오셔서 나를 안아주셨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 곁에 머물라’고 하셨다. ‘너는 용서받고 치유되었다. 이제는 네 안에 있는 어둠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안아주고 받아준 것 같이 너도 네 안의 어둠을 안아주고 감싸주어라’고 말씀하신다. 피정이 진행되면서 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용서받고 있는 존재인지를 절감하며 감사와 행복에 가득차 춤추고 있었다.

피정 9일째 되던 날, 점심식사 후 맑은 공기를 마시러 산으로 산책을 다녀온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기도를 할 참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20분의 휴식이 끝나갈 무렵 주님은 나를 선명하게 깨우셨다. 그리고 조금 엄한 음성으로 ‘성당으로 들어오너라’하고 말씀하셨다. ‘무슨 하실 말씀이 계십니까?’하고 여쭈니 ‘그렇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님은 1시간이 채 못 되는 약 50여분 동안 나를 깊이 깨우쳐 주셨다. 나에게 주신 사랑을 일깨우시며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또렷하게 알려주셨다. 정말로 깊은 통회의 시간이었다. 내 잘못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너는 모든 것을 용서받기를 바라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기를 바라면서 왜 다른 사람에게는 그토록 인색하고 편협하게 행동하느냐? 너는 남에게 판단받기를 싫어하면서 왜 다른 사람에게는 그토록 냉정하게 판단하고 정죄하느냐?”는 말씀이셨다. 얼마나 죄송하고 부끄러웠는지...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도록 청했다

.

그렇다. 깊은 회개는 그분의 따스한 사랑으로 내 모든 어둠이 깊이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존재의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인간의 응답이리라. 관건은 내가 주님으로부터 깊이 받아들여지는 체험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 동시에 내 마음도 부드러워져서 나와 함께 사는 이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 질것이 아닌가. 오늘도 말씀을 들으며 주님께서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 활동하시도록 마음을 열며 말씀을 깊이 경청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신성화되는 은총을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12 4 이준용 신부
공지 성령과 함께하는 기도인 향심기도 2024.05.12 3 이준용 신부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8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938 연중 제30주일 - 스승님! 다시 볼 수 있게 하소서 2022.10.24 30 서인석 신부
937 예수 부활 대축일 묵상 - 죽음보다 더 진한 사랑 2013.03.14 3113 서인석 신부
936 연중 제14주일 묵상-영혼의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 2013.03.14 3150 서인석 신부
935 부활 제2주일 묵상 - 그대들에게 평화! 2013.03.14 2643 서인석 신부
934 연중 제15주일 묵상-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2013.03.14 3198 서인석 신부
933 부활 제3주일 묵상 - 모든 것이 완성되어야 한다 2023.04.24 19 서인석 신부
932 사순 제5주일-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2013.03.14 4446 서인석 신부
931 부활 제3주일 묵상 - 모든 것이 완성되어야 한다 2013.03.14 2579 서인석 신부
930 연중 제 16주일 묵상-밀밭의 가라지 비유 2013.03.14 3428 서인석 신부
929 주님 수난 성지주일 묵상 – 나귀이든, 십자가이든 2023.03.31 20 서인석 신부
928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13.03.14 4007 서인석 신부
927 연중 제17주일 묵상 - 이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까? 2013.03.14 3261 서인석 신부
926 사순 제5주일(요한 12,20 - 33) -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2022.04.03 74 서인석 신부
925 연중 제28주일 - 가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라. 2022.10.08 34 서인석 신부
924 부활 대축일 묵상 - 죽음보다 더 진한 사랑 2023.04.09 19 서인석 신부
» 사순 제3주일 2013.03.15 4238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922 사순 제5주일 2013.03.16 4556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921 사순 제4주일 2013.03.15 4214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92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13.03.23 4649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919 예수 부활 대축일 2013.03.30 4125 성공회 변승철 요한 신부 yuleum@hanmail.net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