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15

대림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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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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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우리 자신의 가난을 마주보는 자리, 회개의 자리입니다.
광야란 무엇인가? 광야는 무언가 메마르고 황량한 느낌이 듭니다. 바짝 마른 가시덤불, 끝없는 모래사막, 뜨거운 태양, 밤이면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도대체 삶의 기본 조건이 다 사라진 자리, 버려진 자리, 불모의 땅. 한마디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세상의 외적인 것을 벌거벗고 자신의 가난함을 마주보는 자리. 하느님 앞에 벌거벗은 알몸으로 서 있는 자리입니다.
성경에서 광야. 에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백성이 하느님의 백성이 되기 위해, 참 자유인이 되기 위해 40년간이나 광야에서 방황하며 정화되었던 것처럼. 또 바빌론 제국에 끌려가 유배생활을 하다가 다시 광야를 거쳐 조국으로 돌아온 것처럼 광야는 노예살이에서 자유인이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는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 너희의 하느님께서 여기에 계시다.” 40,3-9. “보라 내가 새일을 하려 한다. …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43,19.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40일간 유혹을 이겨내시고 나서 복음선포를 하십니다. 12제자를 뽑을 때도 광야에 나가 기도하십니다.
광야는 한마디로 그리스도교 영성의 못자리이고, 샘이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하느님을 벌거벗고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구약의 예언자들은 하나같이 광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부서지고 깨지고 녹초가 되어 자신들의 가난함을 온 몸으로 깨닫고 오로지 하느님만이 삶의 주인이심을, 삶의 첫 번째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인생의 뿌리가 바로 하느님임을 온 몸으로 자각하는 곳이 광야입니다.
초기 교부시대 때 많은 이들이 사막으로 나가 구도생활을 합니다. 사막의 교부들이라 합니다. 이들은 광야 체험을 통해 하느님을 더 깊이 체험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여러 수도회에서도 양성과정에서 다양하게 ‘사막체험, 또는 광야체험’이라는 것을 실시합니다.
까를로 까레또는 이탈리아 가톨릭 운동의 기수로서 이름난 인물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서 많은 호응을 받으면서 교수 생활을 하던 그가 돌연 사하라 사막으로 잠적하였을 때에는 사회를 꽤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사하라 사막에서 깊은 광야체험을 하고 수도자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됩니다. 그분은 자신의 책, [도시의 광야]에서 묻습니다.
“현대인을 에워싸고 있는 이 암흑을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는 답합니다. “나의 경우는 즉시 대답이 나온다. 내 생애의 어려웠던 고비에 직접 체험을 해서 그 답을 찾았다. 그것은 광야 … 광야 … 광야다!” “그것은 에집트 탈출의 길이요, 우상의 종살이에서 탈출하여 약속의 땅, 자유로운 세계로, 하느님 나라의 충만한 빛과 기쁨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은 광야를 거쳐 간다.” “광야는 묵묵히 하느님을 찾는 고요한 구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분은 “광야는 나의 첫사랑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는 “나날의 생활 속에 광야를 마련하여라.”고 초대합니다. 그것은 침묵 속에 오직 하느님께만 의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광야. 그럼 우리는 어디서 이런 광야를 체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 10월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인간이 얼마나 가난한 존재인지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한 번씩 올라가서 점점 더 쇠약해지시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지만 돌아가실 때 2시간 동안이나마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머물며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바라본 것은 처음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침묵 속에 아버지와 함께 머물러 있었던 적은 처음입니다. 사람이 그토록 연약하고 가난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맡겨드릴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은 아버지의 가난함을 봄과 동시에 저 자신의 가난함을 마주 보게 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가난한 것을. 모든 것이 다 받은 것이고 받은 모든 것을 다 돌려드릴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그때처럼 강하게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대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지나간 모든 것 감사하고 감사히 다 돌려드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욥기 1:21 인간은 본래 가난합니다. 멧츠라는 신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거지들이다. … 모든 피조물 중에 우리가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불완전하다."
인간은 끝없이 한계체험을 하기에 삶의 광야를 맛볼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우리의 욕심과 욕망은 세상 것으로는 결코 다 채워지지 않기에 타는 목마름의 광야를 안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진정 그 광야를 받아들이고 대면할 때 하느님을 만나는 법을, 하느님 앞에 무릎 꿇는 법을 배웁니다.
광야는 세상의 중독된 것들에서 자유로워지는 자리요, 정화되는 자리로서 하느님의 생명, 생기로 되살아나는 회개의 자리입니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함으로써 우리는 내면의 광야에 들어갑니다. 우리 존재의 중심으로 돌아가 그 고독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참된 나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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