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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카르트 굿츠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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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 예수께서는 가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예수께서 집에 계시다는 말이 퍼지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마침내 문 앞에까지 빈틈없이 들어섰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셨다.
그때 어떤 중풍 병자를 네 사람이 들고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예수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예수가 계신 바로 위의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고 중풍 병자를 요에 눕힌 채 예수 앞에 달아 내려보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거기 앉아 있던 율법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하여 하느님을 모독하는가? 하느님 말고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중얼거렸다. 에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는 것과 '일어나 네 요를 걷어 가지고 걸어가거라.' 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이제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사람의 아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그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내가 말하는 대로 하여라. 일어나 요를 걷어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중풍 병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곧 요를 걷어 가지고 나갔다. 그러자 모두들 몹시 놀라서 "이런 일은 정말 처음 보는 일이다." 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마르코 2,1-12)

이 장면에는 그리스도의 두가지 위대한 말씀이 포함되어 있다. 중풍 병자는 침상에 누운 채 예수님 앞에 옮겨져 왔다. 한 인간이 이곳에 아무 능력 없이 드러누워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그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으며, 제 자신에게 짐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짐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가지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이 사람을 치료하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찾아뵘으로써 이 사람에게도 인생의 크나큰 전환점이 될지 누가 알 것인가? 이 중풍 환자나 이 사람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기대와 희망으로 이 순간을 주목하고 있다. 틀림없이 그리스도께서 병을 고쳐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안심하여라,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사람들은 이 병자의 고백을 받는 사제에게가 아니라 의사에게 데려온 것이었다. 죄 때문에 예수님을 찾아 온 것이 아니라 중풍에 걸린 육신 때문에 예수님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사물을 판단하신다. 몸이 건강하냐 병들었느냐 하는 것은 이차적인 것이었다. 우선 영혼이 건강하냐 병들었느냐, 인간이 영적으로 살아있느냐 죽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주님의 시선은 인간 육체를 꿰뚫고 마음 속을 들여다 보신다. 이 마음 속에 건강을 되찾아야 하는 진짜 질병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의 가장 큰 고통은 육신의 큰 병이 아니라 그의 인생을 아무 의미도 없는 무거운 짐으로 만드는 하느님으로부터의 격리였다. 그리스도께서 중재하시고자 하시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두번째로 놀라운 일은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으로부터의 격리를 제거하는 월권행위를 하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은 오직 하느님께만 속하는 것이다. 죄를 사하고 은총을 나눠주는 권한, 즉 인간 양심을 다스리는 권한은 하느님께만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을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은 이 말씀을 신성 모독으로 해석했다. 이런 말을 하는 인간은 스스로 다시 열 수 없는 문을 닫아 버린다는 뜻이다. 문을 흔들어대고 문에 망치질을 할 수는 있어도 그 문은 다시 열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편에서 다가오시는 분만이 이 문을 활짝 열어젖뜨릴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하느님이 계신 다른 편에서 오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그리스도도 한 분의 인간이다. 그리스도의 대담한 말씀에는 인간 예수인 당신이 하느님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단언이 나타나 있다. 당신 자신이 이 사실을 단언하고 계신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 주마." 이 분은 사람의 아들인 동시에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하다. 당신의 인간의 모습 안에 하느님의 권능을 갖고 계신다. 그리스도는 신인(神人)이시고 동시에 명실공히 신인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신성모독이든가 아니면 진리이다.

그 다음 예수님께서는 두번째 말씀을 하셨다. "일어나 네 침상을 들고 집으로 가라." 어떤 사람이라도 신성 모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권한에 관한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로만 이 권한이 있다고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느님의 권한을 정말로 갖고 있는 분만이 중풍병을 즉시 낫게 하여 그것을 증거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조그만 치료인 육체적 치료가 보다 큰 치료인 영적 치료의 증거가 되었다. 다시 한번 그리스도의 이 기적은 당신이 어떤 권한이 있는가를 증거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이 두가지 말씀에는 외적인 사건과 내적인 사건을 연결시키는 증표가 나타나 있을 뿐 아니라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본질적인 연관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곧 죄와 병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죄는 산과 산 사이의 심연이며 인간은 그 밑바닥에 아무 힘도 없이 누워 있다. 자기 힘으로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이 도와주더라도 높은 곳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만이 이 사람을 다시 올려줄 수 있다. 중풍과 외적 무능은 이렇게 해서 영적 비탄의 표시이며, 외적 도움은 곧 내적 도움의 표지이다. "안심하여라!" 그리스도의 이 말씀은 두가지 증표를 나타내고 있다. 즉 죄의 증표와 하느님 권력의 증표가 그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사건의 외형 너머로 인간은 내적 사건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짐스러운 존재였던 중풍 병자가 무거운 침상을 가볍게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곧 이 일화에 담긴 세번째 표지이다. 여기에는 우리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해야 하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그리스도가 안계시면 인간은 죄 안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죄는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짐" 바로 그것이다. 그리스도를 뵘으로써 죄는 사해지고, 질병도 사라지고 새로운 존재의 시발이 도래한다. "군중은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다. 그리스도를 만난 이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하느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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