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흘러간 옛 노래 중에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 나는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가노라”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유행했었던 노래로 당시 노래의 뜻도 제대로 모른 채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만나기로 약속한
연인을 기다리다가 나타나지 않자 쓸쓸히 발길을 돌리는 마음을 노래한, 한마디로 바람맞은 마음을 노래한 것입니다.
“기다리게 해놓고 오지
않는 사람아~”라는 노랫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분)이 있습니다. 바로 주님이시지요. 승천하신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라던
주님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무려 2000년을 기다려도 아직 오시지 않고 계십니다. 주님이 다시 오실 것이라 믿으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끝내 다시
오심을 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저 또한 그러한 기다림 속에 일생을 보내다가 그 사람들처럼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시지 않는 주님이신데, 기다림에 지쳐서 이제 그만 가노라는 노랫말처럼 기다림을 그만두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시지 않는 님에 대한 기다림의 시기가 또 시작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례력으로 보아 대림시기는 한
해의 여는 첫 시기입니다. 교회가 한 해의 처음을 기다림으로 시작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중 하나는 교회가, 모든
그리스도인이 기다림의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또한 기다린다는 것은 그 대상을
향해 마음을 모은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존재, 그리스도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며 그리스도를 향해 마음을 모으는
사람들입니다.
또 한 번의 대림시기를 맞으며 이천년이 넘도록 주님께서 오시지 않고 계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너무나 많은 곳으로 흩어지고 갈라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을 줄 수 없는 것에서 행복을 찾고 참된 행복이 아닌 것을 참된 행복이라
착각하여 그것을 쫒아가고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대림시기 동안만이라도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들로 흩어지고 갈라졌던 마음들을 한 곳으로, 오직 한 분에게로 모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그 다짐의 마음을 담아 대림환을 만들고 그 첫 번째에 초에 불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