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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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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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 지방 가나에 혼인잔치가 있었습니다. 예수의 어머니도, 예수님과 그 제자들도 함께 초대를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낭패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잔칫집에 술이 다 떨어졌습니다. 술이 떨어진다는 것은 잔치의 분위기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예수님께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저 알렸을 뿐입니다. 어떻게 해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이 예수님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잔칫집에 술이나 많게 하려고 사람으로 태어나셨습니까? 그분에게는 참으로 중요한 때에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사소한 일들을 가지고(청하는 이에게는 아주 심각하고 중요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하느님께 청하고 매달립니까? 우리의 믿음이란 하느님께서 우리의 정화되지 못한 욕구, 유아기적 집착을 충족시켜주시는 분임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어머니에게 당신 사명의 핵심을 상기시켜 주시면서 어머니의 부탁을 별로 탐탁찮게 여겼습니다. "어머니, 저나 어머니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복음)."
그렇다면 마리아의 태도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도대체 우리가 배울 것은 없을까요? 마리아는 관상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뜻을 언제나 믿음으로 받아들이시는 분(루가 1,38.45), 가슴에 새기시는 분이셨습니다(루가 2,51).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당신 아드님 안에 심오하고 숭고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인간의 판단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계획이 있음을 믿고서 그것을 가슴 속에 간직하신 분이셨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신 그분이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셨기에, 그저 현세를 살아가는 인간의 필요를 한번 확인시켜드렸을 뿐이고, 사람들에게는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대로 하여라(복음)."하고 말했을 뿐입니다. 여기에는 아드님에 대한 믿음이, 순명의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상의 나그네인 사람들에 대한 친절과 온유와 자모적인 배려가 담겨있습니다. 비록 영적인 일이 아니고, 세속적인 필요라 할지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돌봐주십니다.
그리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는 것은 아마도 아들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나온 태도일 것입니다. 인간사의 크고 작은 일들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만 않다면 묵살하지 않고 섬세하게 배려해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머니 당신이 이웃에게 친절하고 온유하신 것처럼, 당신 아들의 친절과 온유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30년동안 아들을 위해 믿음과 순명으로, 가난과 희생으로, 기도로 살아온 그분이었기에 아드님과 가슴에서 가슴으로 통하였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분은 관상의 어머니요 믿음의 어머니이십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항상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현세적인 것을 예수님께 맡기고 있습니까? 우리는 복음의 관상적 차원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리하여 "예수께서는 첫 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서 행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 되었다(복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신 후에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물을 최고의 포도주로 만들어주신 것처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십니다.
그분은 마침내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 아니시고, 이미 가장 좋은 것을 주신 분이시며, 문제는 그것을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십니다. 당신 자신이 우리 안에 이미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며, 말씀과 성체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소외된 이들 안에서 당신 자신을 이미 내어주셨습니다.
이제는 그분이 나에게 손님으로 오시지 아니하고, 내 친구로서 아니 내 연인이요 신랑으로 오시어 혼인잔치를 만끽하자고 부르십니다. "다시는 너를 '버림받은 여자'라 하지 아니하고, 너의 땅을 '소박데기'라 하지 아니하리라. 이제는 너를 '사랑하는 나의 임'이라, 너의 땅을 '내 아내'라 부르리라. 주님께서 너를 사랑해 주시고, 너의 땅의 주인이 되어 주시겠기 때문이다. 씩씩한 젊은이가 깨끗한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듯, 너를 지으신 이가 너를 아내로 맞으신다.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반기신다(1독서)." 그분이 잔치의 주인이십니다. 내 영혼이 내 안에 현존하시는 내 사랑과 혼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신부가 되어 미사성제 안에서 말씀과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신랑과 잔치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는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복음)."라고 하신 그분이 "지금이 바로 그분의 때"라고 하며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분의 현존을 즐기는 것이 바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는 것(복음)"이요, 그분의 신성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주님의 기적을 만백성에게 두루 알리게(화답송)"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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