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23.11.26 22:22

여유로운 삶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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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충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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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어촌 마을을 여행하고 있던 어느 갑부 사업가가 부두에 누워 담배나 축내고 있는 것같은 한 어부를 만났다. "아니, 날씨도 괜찮은데 고기는 왜 안 잡으시오?" "오늘 잡을 몫은 충분히 잡았소이다." "아니, 기왕이면 더 많이 잡는 게 좋은 것 아니오?" "그래서 뭣하게요?" "뭣하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당신은 그 돈으로 배에다는 모터도 살 수 있고, 그러면 더 깊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을 수 있지 않겠소. 그럼 그 고기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만들고 더 튼튼하고 큰 그물을 장만해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요. 그러면 돈도 더 벌게 되어 어선도 한 척 마련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중엔 큰 선단의 선주도 될 수 있지 않소? 그러다 보면 당신도 나처럼 큰 부자가 되는 것이오." "그러고 나서는 뭘하죠?" "뭘하긴, 그런 다음이야 편안히 앉아 쉬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거지." 그러자 어부는 그 사업가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당신은 제 아무리 갑부가 되었어도 하루 세끼 먹는 것과 호화스러운 생활에도 그 모든 인간의 한계를 겪고 난 후에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삶의 여유를 선택하였지만, 나는 언제나 삶의 여유가 있는 하느님 나라의 방식으로 지금 당장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지 않소."라고 말했다.
늘 행복한 스승이 있었다. 그는 늘 웃으며 살았고, 단 한순간도 불행한 기색이나 어두운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어느덧 스승이 나이 들어 임종을 맞게 되었다. 그런데 죽음 앞에서도 스승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런 모습을 궁금히 여겨 오던 제자는 그제서야 스승에게 물었다. "죽음을 앞두고도 웃고만 계시니 무엇이 그리 즐거우십니까? 스승님도 틀림없이 언짢거나 슬픈 감정이 있으셨을 텐데, 어떻게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비치지 않으셨는지요?" 그러자 스승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열일곱 살 때 스승을 처음 만났다. 그때 나는 이미 인생의 불행과 고통을 알고 있어서 늘 우울해 있었지. 그런데 나의 스승은 언제나 무슨 일이든지 큰소리를 웃기만 했지……스승의 그 모습이 이상하다고 여긴 나는 어느 날 스승에게 여쭈었다. '스승이시여, 왜 항상 웃기만 하시는지요?' 하고 말이지. 스승은 또 잠자코 웃기만 하다가 이렇게 말씀하시더구나. '전에는 나도 너처럼 불행에 짓눌려 살았다. 그런데 하루는 내 삶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자, 오늘은 어떤 삶을 선택하겠느냐? 불행이냐, 행복이냐?' 나는 늘 행복인 하느님 나라를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 위에서 살아나가는 삶의 여유를 선택한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의 저자 하이럼 박사는 인간이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풍요의 심리」를 가져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 심리는 이 세상의 자원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심리이다. 자원은 항상 풍족하기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취하고 축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필요한 것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항상 결핍하다는 궁핍의 심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계속 가져도 항상 부족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성인이나 마더 데레사께서는 하느님 사랑 안에서 항상 차고 흘러 넘치는 풍요의 심리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 희망과 기쁨의 씨앗을 뿌릴 씨를 가지고 울며 가던 그들은 곡식 단을 들고 올 제 춤추며 돌아오리라. (시편 125).'
우리 평신도들은 하느님 안에 있는 기쁨과 희망이 차고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별별 혹평을 다 했던 무신론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야유조로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스도 신자라는 양반네들, 당신들의 성서가 전해준다는 그 기쁜 소식이 당신네 얼굴에도 씌어 있었더라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책의 권위를 믿도록 하기 위해서 당신들이 그토록 애쓸 필요가 없었을 거요." 신앙을 짐스럽게 여기며 어두운 얼굴로 살아가는 미숙한 신앙인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성숙한 신앙인이란 어떤 처지에서든 하느님에게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참다운 자유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성숙한 신앙인이 우리 시대에는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세상에는 온갖 현란한 말이 넘쳐 나지만, 그 말들의 대부분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거나 빈약한 내용을 감추는 과대포장에 불과해서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말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고, 말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실천이 있어야만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앙인이 자유인이라는 것도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증거 되어야한다.
물론 인간을 속박하는 요인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에서 신앙을 통한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향유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아브라함과 우리 순교 선열들은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도 신앙이 주는 자유와 기쁨을 누렸다. 특히 순교 선열들은 신앙 때문에 쫓겨다니고 옥에 갇혀 고통을 당하다가 죽으면서도 하느님이 주시는 자유와 기쁨을 잃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에게 가능했던 일이라면 분명 우리에게도 가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20)하고 약속하신 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그들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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