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17:28

2007년 연중 제 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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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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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골의 어느 본당신부로 봉사하고 있을 때(지금은 농어촌 선교사목) 잔치를 즐겨 열었습니다. 부활대축일과 성탄대축일에는 말할 것도 없고 추수감사제 때도 잔치를 열었고 별다른 일이 없는 여름(7월이나 8월)에도 잔치를 열곤 했습니다. 여름에 잔치를 열었더니 신자님들이 무슨 일(잔치)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마(그냥)"잔치라고 말씀드렸더니 웃으시더군요.
제가 잔치를 열 때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는데 하나는 손님(신자님)들이 돌아 갈 때 싸가지고 갈만큼 음식이 넉넉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잔칫상을 빛낼만한 대표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잔치 때마다 신자님들, 특히 할머니들이 가져가실 떡을 별도로 마련했었는데 한 번은 사목회의에서 그렇게 하지 말자는 건의가 들어오더군요. 이유인즉 할머니들이 떡을 서로 가져가려고 다투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떡을 얼마나 했는지 알아보았더니 한 말이라고 해서 다음부터는 세말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투었다는 이야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떡이 남아서 몇 개씩 더 가져가시게 했다더군요.
잔칫상을 빛낼 대표음식으로 제가 강력하게 추천한 것이 약밥(약식)이었습니다. 잔치라고는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본당 형편 때문에 음식의 구색을 다 갖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잔칫상이 좀 푸짐해 보일 수 있도록 약밥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지요. 덕분에 언제나 그 비용은 제 몫이었고 그 본당 신자님들은 아직도 제가 제일 좋아 하는 음식이 약밥인줄 알고 계십니다.
잔치란 그런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음식이 넉넉하고 푸짐해야 하며 잔칫상을 빛낼만한 대표음식이 있어야만 잔치다운 잔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손님들도 많아야겠지요.
갈릴래아 가나에서 혼인잔치가 열렸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어머니도 함께 계셨으며 잔치 도중에 술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손님들로 차고 넘쳤던 것 같습니다. 혼인잔치의 대표음식은 과방장이 감탄할 정도로 맛좋은 포도주이며 그 양 또한 모든 손님들이 마시고도 남을 만큼 넉넉합니다.
토마스 키팅 신부님에 의하면(그리스도의 신비) 물동이 속에 담기 물은 인간의 불완전성과 죄와의 연대성, 곧 옛 아담을 상징하는데 예수께서는 그 물을 포도주로 바꾸십니다. 새 물로 바꾸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것(성령의 선물)으로 바꾸신 것입니다. 두세 동이들이 물독 여섯 개에 가득 찬 포도주는 복음의 새 포도주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암시하며 손님들은 우리들 입니다. 모든 이가 혼인잔치에 초대 받았으며 우리가 거기에 참석하기만 한다면 마치 당황한 신혼부부에게 예수께서 넘치도록 풍부한 포도주를 선사하셨듯이 우리도 헤아릴 수 없는 성령의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키팅 신부님은 말씀하십니다.
향심기도라는 잔치의 초대에 제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초대를 받았습니다. 누구나 참석하기만 한다면(꾸준히 수련하기만 한다면) 헤아릴 수 없는 성령의 선물(궁극적으로는 주님과의 일치)을 받게 될 것입니다.
향심기도는 물과 같이 밋밋하고 아무 맛도 없는 저의 삶을 맛좋고 향기좋은 포도주와 같은 삶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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