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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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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을 맞이하여 순교에 대해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복음의 관상적 차원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로 순교자들입니다. 관상기도의 수련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로 직접 체험할 때,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순교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12사도 중에 십자가 아래에 함께 있었던 제자는 오직 관상의 사도, 예수 성심의 사도 요한 뿐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예수님과 깊은 사랑을 나누었던 사도였기에 십자가에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떼르뚤리아누스는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인의 씨앗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복음의 관상적 차원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시대의 순교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씨앗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복음의 관상적 차원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깊이 동참하며 그리스도의 친구로서 이 시대에 그 분의 생명을 선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내면에서 어둔 밤의 여정을 통해 어떻게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할 수 있는지 키팅 신부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봅시다. "우리의 영적 여정은 무지로 가는 여정이다. 이것은 모든 정신구조와 심리적 안전 장치와 심지어 지주 노릇을 하던 영적 수련도 떠나서 예수를 따르라는 부름이다. 거짓자아 체제를 구성하는 것 모두를 뒤로 남겨두고 떠나는 여정이다. …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버리는 사람은 그것을 완전하게 얻을 것이다.'(마태 10, 39)라고 하셨으며 또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면 자신(즉 거짓자아)을 부정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 24)고 하셨다. 예수께서 어디로 가시는 것일까?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향해서 가셨다. 거기서 그분은 자신의 신인적 자아(Divine-Human Self)마저 희생하셨다." (『마음을 열고 가슴을 열고』 105쪽) 우리는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부활을 경험할 수 없고, 위기를 겪지 않으면 영적으로 성숙될 수가 없습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우리가 만일 우리의 거짓자아를 직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거짓자아를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수련을 하지 않는다면 치유와 정화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기도 중에는 사고들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수련을 하게 되며, 일상 속에서는 사건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거짓자아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냅니다.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예수님을 외면했습니까?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박해시대 때 교회를 등지고 예수님을 내팽겨쳤습니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과의 순수한 친교를 외면하고 외적 화려함, 일시적 욕구 충족에만 눈 멀어 있습니까? 그들은 조금만 힘이 들면 냉담을 해버립니다. 얼마나 많은 지도자들이 외적 통계를 가지고 사목적 성공을 저울질하는 데 길들여져 있습니까? 키팅 신부님은 말씀하십니다. 영성생활의 핵심은 바로 내적동기를 정화하는 것이라고.
향심기도의 초점은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점점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는 것은 바로 감각의 밤과 영의 밤을 거쳐가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점점 깊이 참여한다는 것을 말하여, 동시에 그리스도의 부활의 영광에 점점 깊이 참여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파스카의 신비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매번 신학적인 성찰을 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은 자동적으로 우리의 기도 내용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의자나 바닥에 앉아 기도할 때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우리 밖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관련을 짓는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얼마 안가서 사막에서 유혹받으시는 그리스도와도 동일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고는 게쎄마니 동산에서 그리스도와 동일시하고 마침내 십자가상의 그리스도와도 동일시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은 우리의 죄와 죄스러움을 모두 짊어지셨다. 이 죄의 결과를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아주 어릴 적부터 가져온 누적된 상처들과 생존하기 위해 썼던 유치한 방법들을 가진 거짓자아이다.
우리가 기도하기 위해 앉으면 성령으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기도를 몇년 하고 나면 언제나 사막에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바로 하느님과 일치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릴 적 상처로부터 나아지는 길은 십자가를 통하는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받아들이라고 하시는 십자가는 일차적으로 우리의 어릴 적부터 가지고 온 우리 자신의 아픔이다. 우리 자신의 상처들, 우리 자신의 한계들, 우리 자신의 성격적 결함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나에게 끼친 손상들, 그리고 우리 각자가 고유하게 경험하는 인간 조건의 아픔들, 이것들이 우리의 진정한 십자가이다. 이러한 십자가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받아들이라고 청하시고 그분과 나누라고 청하시는 것이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고난 중에 우리의 아픔을 이미 경험하셨고 우리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만드셨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미 일어난 어떤 상황 안으로 단순히 들어가는 것인데, 이 상황이란, 우리의 그리스도와의 일치와 그 일치가 의미하는 모든 것, 즉 우리의 모든 아픔, 불안, 공포, 자기 증오, 그리고 좌절감과 같은 것들을 당신 안에 받아들이시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십자가상에서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부르짖으셨을 때에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하느님과의 친밀』 43~44쪽)
부활하신 후 제자들은 여전히 예수님을 잘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성령께서 마침내 제자들과 함께 하심으로써, 제자들은 예수님의 현존과 활동을 알아 뵙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선포하고, 순교의 월계관을 쓸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께 우리 자신을 내맡기게 되면 성령께서는 내면의 장애물들을 제거시켜 주시고,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도록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고, 주님의 십자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도해주십니다. 아직도 우리들 안에는 거짓자아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거짓자아를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떠나보내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어둔 밤의 여정을 가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십자가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 나라는 성장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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