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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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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 말씀을 향한 하나의 귀.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이 말씀을 중심으로 들음의 신비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기도의 핵심은 침묵 속에 듣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신명 6,4)

하느님은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인간은 말씀하시는 이 절대신비를 향하여 무한히 열려 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 말씀을 듣는 가운데 가장 인간일 수 있도록 구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듣는 존재’, '말씀의 청자'(칼 라너)입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는 '들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쉐마(들어라)! 이 단어는 구약성경에 1159회 나옵니다. 히브리어의 ‘듣다’는 단지 소리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이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배우거나 이해함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서는 들은 바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그런 점에서 ‘듣다’는 동시에 순종함을 의미합니다.

"사실 '들음'이야말로 구약의 모든 계명들을 요약하는 한 말씀"입니다.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 // 이연학) 일찍이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산에 이르러 계약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탈출 19,5) "나의 소유"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스굴라"라고 합니다. 소유(스굴라)는 본디 임금에게 속한 귀중품을 가리킵니다. 가장 아끼고 귀하게 여기는 보물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할 때 하느님의 보물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듣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구원 역사의 대하 드라마, 그 중심에는 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죄는 바로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 // 이연학) "이 반항자들아, 들어라."(민수 20,10) "너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너에게 하는 말을 들어라. 저 반항의 집안처럼 반항하는 자가 되지 마라."(에제키엘 2,8)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듣지 않고 반항하는 내 자신의 역사도 보게 됩니다.

마리아 - 하나의 귀

말씀을 듣는 구약의 모든 귀가 이제 한 사람 안에 수렴됩니다. 마리아는 참으로 "말씀을 듣는 이" "말씀의 종" (루카 1,2)입니다. 루카복음사가는 기쁜 소식을 들음으로써 말씀을 받아들이고 선포하는 첫 사람으로 마리아를 제시합니다. 따라서 그는 마리아를 말씀의 첫 제자이며 모범제자로 제시합니다.

천사의 인사를 듣고 마리아는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루카 1,29)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는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순종합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한 것처럼 "믿음은 들음에서"(로마 10:17) 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복된 선언을 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오늘 복음에서도 마리아는 하나의 온전한 귀가 됩니다. 목자들의 소식을 들은 이들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는 이들과 같습니다.(루카 8,13) 그러나 그 소식을 들은 이들 중에 예외인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마리아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녀의 듣는 행위는 보다 깊은 통찰을 표현합니다. 그녀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서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8,15)을 예시합니다. 마리아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나오는 좋은 제자와 같습니다.

예수님의 소년시절에도 예수님의 답변에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마리아는 하나의 귀가 되어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라고 보도합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요한 8,31)는 예수님 말씀처럼 마리아는 늘 말씀 안에 머무릅니다. 우리가 "마리아를 본받아야 하는 것은 마리아께서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온전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완벽한 제자였기 때문입니다."(마리아 공경, 바오로 6세, 35항)

하나의 귀이신 마리아를 통해 가장 위대한 선물인 말씀이 살이 되십니다. 우리는 마리아처럼 침묵 속에 말씀을 들음으로써 말씀의 종이 되어 말씀에 순종하고 그 말씀을 잉태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말씀을 낳습니다. 마리아처럼,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전 존재가 하나의 귀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신 한해 "들을 귀"(루카 8,8)를 청합시다.

기도

말씀이신 주님, 새해에는 당신의 어머니처럼 저도 말씀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이사 50,4) 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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