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조회 수 3742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윤행도 신부 munyman61@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웬만해서는 제 돈주고 잘 사지 않는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포도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포도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어릴 때 저희집에 포도 과수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는 여름만 되면 잘 익은 포도를 먹고 싶은만큼, 그것도 공짜로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과수원을 팔고 이사를 감으로써 포도를 사먹어야 했는데 돈이 아까워서(옛날 생각에) 도저히 사먹을 수가 없더군요.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필요한 경우 사기는 합니다만 돈 아까답다는 생각은 아직도 완전히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그 시절, 아버지를 도와드렸던 경험이 있어 포도농사가 낯설지 않을 뿐더러 포도나무에 대한 비유 말씀이 다른 비유 말씀보다 더 친근하게 들립니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탐스럽게 익은 포도는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저희집 포도는 달고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직접 시장에 내다 팔거나 경매를 통해 팔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몰려 왔습니다.
그런데 포도나무를 가만히 살펴보면 포도열매는 분명 가지에 달렸는데 그 열매가 달리고 익기까지 가지가 한 일이라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일꾼들이 뿌려주는 거름의 영양분은 뿌리가 빨아 올렸고 내리 쬐는 햇살은 잎사귀들이 다 받아 주었습니다. 가지들이 한 일이라고는 그저 나무에 붙어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가 맺히는 곳은 뿌리나 잎사귀가 아니고 가지들이었습니다.
향심기도를 시작한지 5~6년이 되다보니 저에게도 하나 둘 열매(선물)가 맺히기 시작하는가 봅니다. 예전에는 꿈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신부님, 모습(인상)이 참 편안합니다"라는 말도 가끔씩 듣게 되고, 예전에는 두고두고 속앓이를 할 일을 당하거나 말을 들어도 그냥 실실 웃어 넘기기 일쑤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수련이 한참 덜된 탓에 가끔씩이긴 하지만 더 많은 열매가 맺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지가 더 많은 열매를 맺고 싶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직도 제가 가지라는 사실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 탓이겠지요. 아버지는 가지에 많은 열매가 달렸다고 그것들을 다 부쳐두지는 않았습니다. 가지의 상태에 따라 알맞게만 남겨두고 속아 내셨습니다. 농부이신 아버지께서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열매만 맺히게 하실 것입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주님, 저는 가지임을, 포도나무이신 당신께 붙어 있기만 하면 되는 가지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성혈 대축일 _ 그리스도의 몸 2024.06.03 0 토머스 키팅 신부
공지 향심기도는 삼위일체의 신비에 동참하는 기도다. 2024.06.03 0 이준용 신부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제2619호주보 _ 2024년 5월 26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5) 2024.06.03 0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공지 성령 강림의 신비를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20 10 이준용 신부
공지 신성화되는 은총을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12 8 이준용 신부
공지 성령과 함께하는 기도인 향심기도 2024.05.12 6 이준용 신부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제2618호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16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158 연중 제3주일 2013.03.15 3707 왕영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wangfrancis@naver.com
157 연중 제31주일 2013.11.02 3708 박봉석 세례자 요한 <bs12147@lh.or.kr>
156 사순 제4주일 2013.03.14 3710 왕영수 신부
155 연중 제19주일 2013.08.09 3712 이청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fxaverio@hanmail.net>
154 연중 제17주일 2013.03.14 3714 전주희 목사 rising223@hanmail.net
153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2013.03.14 3717 박봉석 세례자요한 bs12147@hanmail.net
152 연중 제30주일 2013.03.15 3720 이건종 목사 salllee@hanafos.com
151 연중 제24주일 (한가위) 2013.03.14 3723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150 연중 제25주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2013.03.15 3723 김종봉 요한 신부 baramjohn@hanmail.net
149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2013.03.15 3724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148 대림 제3주일 2013.03.14 3725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147 주님 공현 대축일 2013.03.14 3726 오창열 사도요한 신부 ocyjohn@hanmail.net
146 대림 제4주일 2013.03.14 3732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145 대림 제4주일 2013.03.14 3732 정명희 소피아 수녀 sophiach@hanmail.net
144 연중 제18주일 2013.08.03 3736 이청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fxaverio@hanmail.net>
143 연중 제4주일 묵상 - 가짓자아를 가로질러.. 2013.03.14 3737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142 사순 제 5주일 묵상 - 마르타와 마리아 2013.03.14 3739 토마스 키팅
141 연중 제15주일 2013.03.14 3739 전주희 목사 rising223@hanmail.net
» 부활 제5주일 묵상 - 포도나무 가지의 역할 2013.03.14 3742 윤행도 신부 munyman61@hanmail.net
139 연중 제32주일 2013.11.08 3742 박봉석 세레자 요한 <bs12147@lh.or.kr>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