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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게쎄마니 동산에서 세상의 모든 죄와 그에 따른 모든 결과까지도 당신 자신이 직접 짊어지셨다. 모든 인간이 느끼는 고독∙죄∙고뇌의 모든 단계를 몸소 겪으셨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무게를 지닌 인간의 비참함과 죄가 그분을 내리누른다. 예수께서는 엄청나고 공포스러운 이 비참함에 예수 자신을 일치시키라는 성부의 요청을 느끼신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과 함께하는 동안이라도 깨어 있으라고 청하시고 제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엎드려 이렇게 울부짖으셨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어떤 일이든 하실 수 있사오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아직 어느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요청을, 예수를 믿는 성부께서 확실하게 구체화하시자 예수께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뇌에 빠지셨다. 예수께서는 자아가 느끼는 괴리감을 자신의 깊은 존재에 취함으로써 죄인이 ‘되셨다’.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이 “죄를 모르시는 분이 우리 구원을 위하여 죄인이 되셨다.”
예수의 기도는 계속된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예수께서는 이 청원을 세 번 이상 올리셨으며, 기도하는 동안 피땀을 흘릴 만큼 당신이 겪는 이중굴레의 엄청난 번민을 드러내셨다. 예수께서 두려워한 것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라 그분에게 모든 것이었던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부와 우리에 대한 한없는 사랑 때문에 그분은 점점 깊어지는 절망 속에서도 이렇게 되뇌이신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이 말씀은 모든 이와 모든 것을 용서하는 그리스도의 심장에서 고동치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의 목소리다. 한없는 나약함과 무한한 사랑이 예수의 수난과 죽음에서 서로 만난다. 우리의 번민은 그분의 번민이 되었다. 죄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아들이기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아니면 최소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자의식을 버려야 한다. 이것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체험하기를 그만둔다는 뜻이다.
예수의 십자가는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죽음 체험을 가리킨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십자가 형벌은 예수의 육체적 죽음이나 그 죽음에 동반하는 감정적∙정신적 고뇌 그 이상을 의미한다. 그것은 예수의 인간적 ‘자아’의 죽음이다. 십자가형이 예수의 거짓 자아의 죽음을 뜻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예수께서는 거짓 자아를 지닌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십자가상의 죽음은 그분이 가지고 있는 신적 자아의 죽음이며, 그분이 자신의 인간적 능력으로 누리던 형언할 수 없는 성부와의 일치가 허무하게 되어버림을 의미한다. 이는 영적 죽음보다 더한 것이다. 하느님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며 결국 ‘하느님의 죽음’이다.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도리어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셨으니 ∙∙∙죽음, 곧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도다.” 개인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 궁극적 의미의 비움(kenosis)이다.
예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육체의 고통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게 되자 이렇게 외치셨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27,46) 이 외침은 예수께서 인간이 지은 죄를 온전히 짊어짐으로써 성부와의 인격적 일치를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이 예수께서 걸어간 영적 여정의 마지막 단계다. 예수께서 부활하실 때에야 비로소 해결될 이 이중굴레는 그때까지 예수의 삶 전체였던 성부와의 인격적 일치를 뛰어넘는 단계로 그분을 도약시켰다. 그분의 희생이 온 인류에게 성부와의 인격적 일치를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기에 그분께도 전혀 새로운 존재의 단계가 열리게 된 것이다. 만물의 근원으로서 만물의 핵심으로 들어가실 수 있을 만큼 그분의 인성은 영광스러워졌다. 이제 그분은 모든 곳에, 곧 만물의 깊은 내면에 시공을 초월해서, 그리고 만물의 최종 완성으로 하느님의 생명을 전달하면서 현존하신다.


- '그리스도의 신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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