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4.01.26 03:09

연중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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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왕영수 F. 하비에르 신부 <wangfranc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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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주일(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별과 동방박사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냈으며, 새해 첫 달을 마무리하면서, "회개"를 통하여 우리를 정화시키고 우리의 영광을 회복시키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도록 해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회개 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내가 회개하면 나의 빛이 더욱 빛나고, 내가 깊이 뉘우치면 나와 함께하는 공동체를 기쁘게 하며, 그 자체로 복음이 강력하게 선포된다는 체험을 갖고 있다.

 

지금도 내 생활 중에 회개를 늘 힘쓰고, 회개의 은총을 간절히 청하며, 끝내는 마지막 죽음이 임박했을 때에도 회개의 시간만을 허락하여 주시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1982년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톤에 있을 때입니다.

성탄절을 준비하면서 40~50명의 신자들에게 약 30분 정도의 면담고해성사를 보라고 시간을 정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고해 성사에 빠진 사람이 한 두 명 있어서 나도 잠시 쉬고 싶었습니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득〈마태오 복음〉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네 안에 어둠이 있는데 너는 그것을 빛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빛이라고 생각하는 너의 아픔이 얼마나 심하겠느냐?" (마태 6.23)는 내용의 말씀이 내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듯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이것이 진리다.", "이것은 사제로서 내가 살아가는 중요한 좌우명이다." "내 소신이다." 또는 "이것은 교회의 원칙이다."하면서 신자들에게 내 생각을 주장하고 설득하고 강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런 내 말의 내용은 분명 진리이며 교회의 원칙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 그것들은 내가 나를 거룩하게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때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사제 생활을 하면서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픔과 한을 보상받기 위해서 진리와 교회의 가르침 위에 내 신념을 보태어 교회의 이름으로 강요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주 그럴싸하게 합리화해서 신자들이 무조건 따라오도록 강요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자신이 실천하기도 어렵고 따르기도 곤란한 일들,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일들 때문에 신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네 안에 있는 빛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다. 네가 그것을 빛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기 너무 힘들다.'

 

이 묵상을 통해 나는 그동안 내가 신자들에게 부담스러운 말들을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한 신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며칠 후 성탄미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신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의 언행이 솔직하지 못했음을 사과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분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진리요, 좌우명이요, 소신이요, 원칙이라고 하면서 내가 실천하기도 힘든 일을 강요했던 것,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 아닐 수도 있음에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했던 내 말들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나는 아주 단순한 마음으로 잘못을 시인했고 내 잘못을 신자들이 용서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놀랍게도 그 후 한 달 동안 우리 신자들은 아주 큰 기쁨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한 사제가 소박하게 회개했을 때 공동체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나는 또다시 회개의 위대한 힘을 느꼈습니다. 사제의 회개는 진정한 복음이었습니다. 사제가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복음 선포의 핵심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제가 먼저 회개하는 것이 신자들을 사랑하는 값진 행동이며, 백 마디 말보다도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교회를 사랑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첫 말씀이 "회개 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입니다. "네가 기쁘고 복된 생활을 금년에 하기를 원하면" 회개하면 이 모든 것이 성취된다는 소망과 믿음을 갖고 살아가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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