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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롤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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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

 

제가 고등학생시절 제 영명일에 친구들로부터 가능한 많은 선물을 받고 싶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 문득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는 말씀이 떠올라 친구들의 영명일에 조그만 것이라도 선물을 해주었더니 과연 말씀 그대로 제 영명일에 친구들이 많은 선물을 해주더군요. 그 때의 모습이 지금도 이어져 가까운 지인들의 영명일이나 집축복을 해드리러 갈 때, 병자성사를 갈 때,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때 사목위원들에게(본당신부 시절에) 조그만 선물을 곧잘 하곤 합니다. 물론 신자님들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도 마다하거나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지요. 하지만 저 나름대로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제가 준 선물을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마찬가지로 제가 받은 선물에 대해 간섭(제가 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에 대해)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제게 선물을 하면서 그것을 반드시 제가 쓰기를 원한다면 저는 그 선물을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그런데 좋은 마음으로 신자님들과 주고받은 선물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 의미가 다소 흐려지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가까운 지인의 영명일에 조그만 선물을 하고 나면 당연히 그분이 제 영명일에 선물을 할 것이라 기대하게 되고 행여 그분이 선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제로 서품되고 나서 신자님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선물을 받다보니 이제는 왠만한 선물을 받아도 그다지 고마운 마음이 들지도 않고 그저 덤덤한 마음, 나아가 당연한 것이라 여기게 되어 안주면 섭섭한 마음까지 들더군요(참 고약하게 변했습니다).

 

제가 지금의 소임지인 교구청 관리국장으로 오기 전, 일 년 동안 행려자들의 수용시설인 진주복지원장으로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힘없고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개인통장에 단돈 230원밖에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무엇을 해드려도 그분들은 기껏해야 고맙다는 말 한 마디뿐이었고, 어떤 분들은 그런 말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휑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말씀이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는 오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내가 이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내가 사제이기 이전에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고, 성품성사를 통해 사제서품을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해야 하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 연줄에 매인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들, 새로운 가족들을 진정으로 사랑함으로써 그 소명을 실천하도록 불리움 받은 사람입니다. 그것이 사제나 수도자가 독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에 증거해야 할 사랑의 모습입니다.

 

진주복지원은 그 사랑을 배우고 실천할 참으로 좋은 배움터였습니다. 지금의 소임이 끝나면 다시 그곳으로 가서 못다 배우고 못다 실천한 사랑을 다시금 배우고 다시금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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