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조회 수 4054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작성자 윤행도 가롤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진정한 사랑

 

제가 고등학생시절 제 영명일에 친구들로부터 가능한 많은 선물을 받고 싶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 문득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는 말씀이 떠올라 친구들의 영명일에 조그만 것이라도 선물을 해주었더니 과연 말씀 그대로 제 영명일에 친구들이 많은 선물을 해주더군요. 그 때의 모습이 지금도 이어져 가까운 지인들의 영명일이나 집축복을 해드리러 갈 때, 병자성사를 갈 때,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때 사목위원들에게(본당신부 시절에) 조그만 선물을 곧잘 하곤 합니다. 물론 신자님들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도 마다하거나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지요. 하지만 저 나름대로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제가 준 선물을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지 신경 쓰지 않고 마찬가지로 제가 받은 선물에 대해 간섭(제가 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에 대해)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제게 선물을 하면서 그것을 반드시 제가 쓰기를 원한다면 저는 그 선물을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그런데 좋은 마음으로 신자님들과 주고받은 선물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 의미가 다소 흐려지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가까운 지인의 영명일에 조그만 선물을 하고 나면 당연히 그분이 제 영명일에 선물을 할 것이라 기대하게 되고 행여 그분이 선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제로 서품되고 나서 신자님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선물을 받다보니 이제는 왠만한 선물을 받아도 그다지 고마운 마음이 들지도 않고 그저 덤덤한 마음, 나아가 당연한 것이라 여기게 되어 안주면 섭섭한 마음까지 들더군요(참 고약하게 변했습니다).

 

제가 지금의 소임지인 교구청 관리국장으로 오기 전, 일 년 동안 행려자들의 수용시설인 진주복지원장으로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정말 힘없고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개인통장에 단돈 230원밖에 없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무엇을 해드려도 그분들은 기껏해야 고맙다는 말 한 마디뿐이었고, 어떤 분들은 그런 말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휑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때 떠오른 말씀이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는 오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내가 이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내가 사제이기 이전에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고, 성품성사를 통해 사제서품을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해야 하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 연줄에 매인 사랑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들, 새로운 가족들을 진정으로 사랑함으로써 그 소명을 실천하도록 불리움 받은 사람입니다. 그것이 사제나 수도자가 독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에 증거해야 할 사랑의 모습입니다.

 

진주복지원은 그 사랑을 배우고 실천할 참으로 좋은 배움터였습니다. 지금의 소임이 끝나면 다시 그곳으로 가서 못다 배우고 못다 실천한 사랑을 다시금 배우고 다시금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작성자
공지 성령 강림의 신비를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20 2 이준용 신부
공지 신성화되는 은총을 체험하는 향심기도! 2024.05.12 7 이준용 신부
공지 성령과 함께하는 기도인 향심기도 2024.05.12 4 이준용 신부
공지 가톨릭 마산교구 주보 _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__ 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4) 2024.04.28 10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1118 향심 기도는 삼위일체의 신비에 동참하는 기도이다 2013.03.14 4252 이준용신부 andyjesu@hanmail.net
1117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묵 2023.07.02 12 이청준 신부
1116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교황주일) 2017.07.01 200 토머스 키팅 신부
1115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2014.07.08 1826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1114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2015.07.04 1081 토머스 키팅 신부
1113 하느님의 자비주일 묵상-오! 헤아릴길 없는 주님 사랑 2013.03.14 4545 윤행도 신부 munyman61@hanmail.net
1112 하느님의 자비주일 _ 오! 헤아릴 길 없는 주님 사랑 2024.04.08 7 윤행도 신부
1111 하느님의 어린 양 2024.01.14 15 남재희 신부
1110 하느님은 삼등? 2023.12.11 23 안충석 신부
1109 하느님 나라의 도래 2023.12.17 9 이청준 신부
1108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 묵상-새해 희망의 기도 2013.03.14 3986 안충석 루까 신부 anchs@catholic.or.kr
1107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2013.03.15 3985 천정철 요한 신부 kenosis1000@naver.com
1106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017.01.01 220 토머스 키팅 신부
1105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성혈 대축일 2019.06.23 37 토머스 키팅 신부
1104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2018.05.27 100 토머스 키팅 신부
1103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2019.06.15 49 토머스 키팅 신부
1102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2022.06.12 26 토머스 키팅 신주
1101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 나눔의 기적 2023.06.11 16 오창열 신부
1100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2018.06.02 115 토머스 키팅 신부
1099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2021.06.07 33 토머스 키팅 신부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6 Next ›
/ 5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