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6.30 21:57

연중 제1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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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방식 목사 bsot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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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길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제자에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에 필요한 마음자세를 알려 주셨다. 본문에 세 종류의 마음자세를 가진 제자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든지 따르겠다고 다짐하는 제자이다.  주님이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며, 어떤 환경에 있든지 나는 스승님을 따르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고귀한 마음 자세인가?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다짐을 하는 제자에게 주님은 의외의 반응을 보이신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이 제자에게 주님은 당신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지를 아주 현실적으로 말씀하신다.  왜 주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가? 그 이유가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으나 정황상 그것은 그 제자가 주님을 따르는 삶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를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 제자는 예수님을 따를 때에 언젠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영광의 자리에 앉으실 때, 그 때 주님의 양 옆에 앉고자 하는 야고보 형제들과 비슷한 열망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

두 번째 제자는 주님이 나를 따르라고 하실 때 먼저 집에 가서 죽은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가능한 핑계를 대며 따르기를 주저하는 자이다. 세 번째의 제자는 주님을 따르겠으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겠다고 요청한다. 이 제자의 말을 듣고 주님은 "쟁기를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치 않다"고 말한다. 이 말씀은 문자적으로 실제로 아버지가 죽었는데 아버지를 장사하는 일에 동참하지 말거나 또는 제자로 부르심을 받을 때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말고 떠나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주님의 의도는 주님을 섬기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문을 관찰할 때, 두 번째와 세 번째 제자에게는 예수님께서 주도적으로 나를 따르라 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 주님의 말씀에 두 제자는 공통적으로 먼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응답한다. 성서기자는 두 제자의 응답 속에 ‘먼저’라는 말을 집어넣으면서 제자들의 삶의 우선순위가 주님을 따르는 데 있지 않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부르심을 받은 제자는 삶의 우선순위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편적인 성도의 삶으로 확장시킨다면 인간은 창조된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인간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경배하고 섬기도록 지으심을 받은 존재임을 기억하면서 그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러한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집착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초연은 제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기의 자리에서 구원을 완성하고 하느님을 섬기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모든 집착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살면서 소가 쟁기를 끌며 밭을 가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농부는 앞을 보면서 손에 쟁기를 단단히 잡아야 소가 똑바로 앞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랑을 간다. 만약 농부가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본다면 소가 지그재그로 걷게 되고 밭이랑은 굽게 된다. 손에 쟁기를 잡은 자는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당시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비유로 삼아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자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 지를 말씀하신다. 본문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은 부모와 가족에 대한 염려나 집착을 말한다. 이것은 더 나아가 제자의 길을 떠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모든 집착, 잘못된 습성, 세상적인 염려, 과거의 상처 등이 다 포함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우리를 얽매이게 해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우리가 과감히 떨쳐버리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하나님나라 건설에 투신할 수 없다. 이것은 사역자의 기본적인 자세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적 성장이나 실제적인 기도생활의 진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가느다란 줄일지라도 매어 있는 새는 날 수 없다는 십자가의 성요한의 가르침을 기억한다. 내가 지금 무엇에 매여 있으며 그것이 나의 사역과 성장과 기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가를 묵상해보자.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에 의하여 세워지는 하느님의 나라가 나의 삶에 우선적인 관심이 되고 있는지를 돌아보자. 오직 굳은 결심으로 고난을 참으시며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바라보면서 하느님 나라 건설에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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