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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규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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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2,21)
솔로몬 왕이 그렇게도 성심 성의를 다하여 장엄하고 화려한 성전을 하느님께 바쳐 드리고도 말년에 타락하고 만 것은 성전의 주인을 자신의 야망으로 바꿔치기하는 우를 범하였기 때문이다.
세상 것을 다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면 불행하다는 말씀을 미리 듣지 못해서 였을까,
아무튼 솔로몬이 받은 지혜의 은총이 너무 아깝게 여겨진다.
우리 주변을 얼른 둘러봐도 성당과 교회들, 그리고 사찰들이 즐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많은 기도와 수련의 공간들을 세상의 물질적 이해로만 본다면 매우 비경제적이라고 지적받을 수도 있다.
큰 돈을 들여서 멋있고 웅장하게 지어놓은 건물이 기도와 예배 등의 고유한 사명을 위해 사용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용하는 시간보다 비어있는 시간이 훨씬 많고 거의 침묵이 흐르는 공간으로 남아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한 때는 물질적 효용성만 따지면서 성당과 교회를 창고와 마굿간으로 전락시킨 공산주의 행패를 겪기도 햇다.
존엄한 기도의 공간으로 존재하는 한 텅 비어 있는 시간이 많다 하여도 그 존재 가치를 경제적 논리로 재단하지 않는다. 세상의 성급함과 넘치는 욕구를 잠재우려는 듯 거기엔 엄숙한 침묵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어있는 공간이 단순히 고요함이 흐르는 곳으로 이해되기보다 성령의 넘치는 기운으로 가득 채워진 성스러운 공간으로 존경받아야 한다.
성전 안에 흐르는 침묵의 신비를 일상생활로 이어지게 할 수는 없을까,
시끄러운 욕망의 세상을 떠나 하느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는 향심 기도의 침묵 수련이 그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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