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2:56

사순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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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준 신부 fxaveri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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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수 그리스도는 세리들과 죄인들과 매춘부들과 술주정뱅이의 무리 속에 섞여 살았을까? 분명히 그것은 그들의 사는 방식 때문도 아니고, 그들의 주장을 옹호해 주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들 자신의 덕행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사회가 이미 그들을 죄인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미 자신에게 정직하기 때문이고, 더 나아지기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면을 전혀 쓰지 않았다.”(풀톤 쉰,『단순한 믿음』)
오늘 복음에서 단골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참으로 우리가 뛰어넘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예수님과 적대세력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복음적 삶에 장애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의 덕행을 증명하려 했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의롭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 그들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으며, 회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그들은 예수님을 넘어뜨릴 심산으로 율법을 빙자하여 간음하다 붙잡힌 한 여인을 제물로 삼습니다. 그들은 율법을 주신 하느님을 엄격한 재판관으로 내세우며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예수님께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는 정말 중요한 것이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들의 모습을 먼저 대면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먼저 화해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영적 여정의 출발점입니다. 남을 단죄하는데 주의가 집중되면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자신을 마주대하는데 관심이 집중되면 타인을 탓할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서로를 심판할 수 있을 정도로 현명하거나 무고하지 않다. 그리고 나쁜 짓을 하고 있는 우리 형제에게 우리가 정당하게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정은, 그것을 인정하고 ‘우리는 그를 하느님의 손에 맡기겠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다."(풀톤 쉰, 『단순한 믿음』)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님께서는 심판하는 주님으로서가 아니라, 용서하는 주님으로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십니다. 사순절은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마음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가운데 서 있을지, 죄 지은 여인과 함께 서 있을지 우리가 선택할 것입니다. 단죄하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일 것인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과 화해하고 나 자신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단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가 선택할 일입니다. 우리 안에서 단죄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하고, 성찰과 통회로 화해의 성사를 준비한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그래서 우리는 주님과 이웃에게 용서를 청하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쇄신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사순절에 우리가 해야 할 두 가지 실천사항이 있습니다. 하나는 하느님께 철저히 용서받는 체험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웃을 철저히 용서하는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행위이면서 동시에 용서라는 하나의 흐름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집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과거 잘못을 잊어버리시고 새로운 시간을 선사해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과거의 하느님도 아니시고 미래의 하느님도 아니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현재를 살아가시는 분, 현존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내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제1독서, 이사 43)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우리는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재의 새로운 시간을 경축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새롭게 해주십니다. 우리는 세례 성사를 받을 때, 그리고 화해의 성사를 받을 때마다, 성체 성사에 참여할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참여하며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 의로운 관계 안에서 살아가게 됩니다.“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율법에서 오는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있으려는 것입니다.”(제2독서, 필리 3장)우리는 이 사순절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큰 일을 하셨기에 우리는 기뻐하였네.”(화답송 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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