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13.03.14 21:13

그리스도 왕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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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창열 사도요한 신부 ocyjo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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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교회 전례력에 따라서,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는 오늘 이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도를 모든 역사와 우리 생활의 중심이요 온 우주의 왕으로 모시고 경축합니다. 전례력 상 마지막 주간을 지내면서 ‘나해’의 대림절과 연결되는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그래서 우리 신앙의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 세상을 다스릴 모든 권한을 주셨고, 온 세상이 그분의 다스림 아래 두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왕 중의 왕’이시다. 그러나 성서를 보면, 실상 화려하거나 위엄을 갖춘 그런 왕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분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불행하기 짝이 없는 모습입니다.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그분의 탄생을 축하해 준 이들은 목동들이었고 가축이었습니다. 공생활을 살펴보더라도, “사람의 아들은 머리 누일 곳조차 없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실패와 패배처럼 보여 졌고, 그래서 그분을 따르던 많은 제자들도 그분 곁을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진짜 정체는 사람들의 눈에 실패와 패배로 비춰졌던 십자가의 죽음 이후에야 드러났습니다. 그분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또 다른 협조자 성령의 파견으로 진정한 하느님의 뜻이 보여진 것입니다. 세상의 시각으로 보면, 그분은 참으로 무력하고 무기력한 분이셨습니다. 영토도 백성도 권력도 지니지 못한 채,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는 십자가의 명패만 남긴 채 돌아가셨습니다. 또 그분이 머리에 쓰신 왕관은 가시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부활과 승천은 참으로 당신이 삼라만상의 주인이시고 왕 중의 왕이심을 드러내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말 한 마디나 몸짓 하나로 세상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권력과 권세를 갖고 싶어 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세상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엔 왕이 되고 싶어 하는 뿌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 시절 반장 선거에서부터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선거 때만 되면 난리 법석입니다. 한 표 부탁하며 머리를 땅에 쳐 박고 굽실거리고, ‘당선되기만 하면’ 하는 심보로 별 짓을 다합니다. 그러다가 막상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기들 뱃속만 차리기에 급급합니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제자가, 예수님이 통치하는 나라가 건설되면 자기들을 하나는 오른 편에 하나는 왼 편에 앉혀 달라고 청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5-28)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하신 이 말씀대로 한 생을 사셨습니다. 스스로 왕이라 자처한 적도 없고 실제로 군림하는 통치자로 행세한 적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분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겸손과 봉사의 모범을 보여 주셨고, 권력과 권세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반대 받는 표적’이 되어 사셨습니다. 결국, 그분의 왕권은 위에서 군림하고 내리 누르는 그런 세상의 것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와 희생과 나눔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하늘나라의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빈약하게만 보였던, 그래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바보스럽게 비쳐졌던 그리스도께서 오늘 우리에게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하시며 장차 오실 당신의 장엄한 행차를 선포하시고, 그 때에 모든 민족을 불러놓고 심판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심판의 기준(척도, 잣대)은 “여기 있는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가 굶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 되고 병들거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잘 대해 주었느냐 잘 대해 주지 않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그마한 일을 못하는 사람은 큰일도 못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우리가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통치하시는 나라의 백성이고 왕손이라면 그런 사람답게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그분을 왕으로 고백하는 것 이상으로, 그분의 왕국에 사는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왕권은 세속적인 권세와 영화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로서 나타납니다. 다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함부로 쉽게 내 기준으로 남을 심판하는 세상 풍조 가운데서도,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기 위하여 묵묵히 버림받고 반대 받으며 고통 중에 처해 있는 양떼를 찾아 나서신 그리스도를 놓치지 않는 끈질긴 생활로 그분이 주실 상을 받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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