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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행도 가를로 신부 munyman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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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일어나 얼굴만 대충 씻고는 운동복차림으로 교구청을 나섭니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교구청 인근의 암자까지 다녀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방으로 돌아와 30분간 풍욕을 하고는 독서기도(성무일도)와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한 연도를 바치고 나면 여섯시쯤 됩니다. 10분정도 옆방의 신부님들이 일어나시기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샤워를 하고 옷을 차려입고는 성전으로 향합니다. 3~40분정도 성체조배를 하고는 주교님과 동료 신부님들과 교구청에 근무하시는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합니다. 미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대충 정리를 하고는 8시 10분을 전후하여 사무실로 출근을 합니다. 8시 30분 직원들이 출근하여 사무실 청소가 끝나면 제 방에서 차를 나누며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9시가 조금 지나면 본격적인 그날의 일과가 시작되지요. 오전에는 주로 교구전체에 관한 일들을 챙기고 여유가 있으면 성경필사를 합니다. 점심때가 가까워지면 낮기도를 바치고 12시가 되면 하루에 한 번뿐인 식사(얼마 전부터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있습니다)를 하고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엘 갑니다. 이 시간에는 주로 근력운동을 하는데 평균 4~50분이 걸립니다. 오후 2시쯤 사무실로 돌아와 오후업무를 시작하는데 오후에는 주로 각 본당이나 기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시간이 나면 독서를 합니다. 오후 5시 20분을 전후하여 퇴근하는데 잠시 방에 들렀다가 경당으로 가서 성체조배를 하고 5시 45분에 신부님들과 공동으로 저녁기도를 바칩니다. 기도가 끝나면 방으로 돌아와 TV를 보거나 매듭묵주를 만들다가 7시 50분쯤 끝기도를 바치고 잠자리에 듭니다. 간혹 약속이 있거나 저녁에 회식이 있으면 좀 달라지긴 하지만 평상시에는 거의 변함없이 반복되는 저의 일과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중에서 주님께 봉헌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미사시간을 포함해서 대략 2시간 30분(걸으면서 묵주기도 하는 시간은 제외했습니다) 남짓 됩니다. 나머지 21시간 30분정도는 제 육신의 건강과 주어진 일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이런 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분들은 참 대단하다며 칭찬들을 하십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오늘 복음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나오는데 형식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율법학자들과 진솔하며 하느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과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당시의 율법학자들은 율법을 철저히 지키며 엄격하고 절제된 삶으로 사회의 지도층에 속했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과부인데다가 가난하기까지 한 그 여인은 그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가난한 과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신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그들을 보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의 삶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정신을 보셨습니다. 율법학자들은 차림새부터 시작해서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을 할 때 심지어는 기도할 때조차 하느님이 아니라 사람의 눈을 의식했으며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과부는 부자들이 큰돈을 넣고 있는 와중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오직 하느님만을 향했고 하느님을 삶의 첫 자리에 모셨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저의 삶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이 보시기에는 어떨까요?

외적으로 드러나는 삶의 모습이 규칙적이고 철저하며 비교적 긴 시간을 기도에 할애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지 못하고 사람들 눈이나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그때의 율법학자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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