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상지원단

2022.04.10 22:4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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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인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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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복음 14-15장을 천천히 읽으며 예수님의 가시밭길에 참여하겠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려면 누구든지 제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이틀 뒤로 다가온 해방절을 두고 대제관과 율사들은 속임수와 거짓으로 예수님을 죽일 방도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때 열두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 이스가리웃이 은전을 받고 예수님을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이미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과 장례를 위해 향유를 바르셨기 때문입니다. 값비싼 순나르드 향유를 바르신 예수님은 메시아였습니다. 당신이 부활하신 이후에 빈 무덤으로 향유를 들고 갔을 때는 이미 소용이 없어졌습니다. "그는 할 만한 일을 했습니다. 내 장례를 위해 몸에 향유 바르는 일을 앞당겨 했습니다"(14.8).
이 향유와 유다의 배반으로 예수님의 죽음은 확실해졌습니다. 예수님은 망설임 없이 당신이 흘리실 피를 제자들이 앞당겨 마시게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을 위해 쏟는 내 계약의 피 입니다"(14.24). 예수님의 수난은 어디까지나 온 세상에 베푸시는 은혜였고 당신을 스스로 내놓는 헌신이었습니다. "받으시오, 내 몸입니다"(14.22).
그러나 예수님의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신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입니다. 모두 하나같이 배반할 것입니다. "성경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로다'라고 씌어 있기 때문입니다"(14.27). 하느님을 거슬러 저질러지는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죄가 이 배반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제자들은 육신의 피로를 견딜 만큼 강하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은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인 스승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도망쳐 버렸습니다. 어느 젊은이는 알몸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아무도 붙잡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이 잠시 당신 곁을 떠났다가 영원히 다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그대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하신 말씀이 떠올라 달려 나가며 울었다"(14.72).


날이 밝아오자 선택받은 백성은 자신들의 메시아를 배신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백성들은 살인자 바라빠를 선택했습니다. 자신들도 같은 살인자였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에는 하나의 목소리밖에 없었습니다. "십자가형에 처하시오!"(15.13). 만약 다른 목소리가 외쳐진다면 사람들은 서로를 죽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형에 처하시오!'"(15.14). 하느님을 거스르는 군중의 비위를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유다인과 이방인들에게서 멸시받고 손찌검을 당하고 고문받으셨습니다. 세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은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15.34). 하느님을 거슬러 저질러진 이 불의(不義),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 모욕 앞에서 부르짖으신 하느님의 외침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숨지셨습니다. "이 사람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15.39).

복자 이니 게릭의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강론을 통해 예수님을 기쁨 속에서나 고통 속에서 한결같이 추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해봅시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을 때 그분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며 말했습니다. "보시오, 세상이 다 그를 따르게 되었구려"(요한 12.19).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수님은 수난 속에서 영광은 커녕 굴욕적인 몰골만 보여 주셨습니다.
만약 그대가 예수님의 이 승리에 찬 대열과 수난을 동시에 생각해 본다면 그대는 한편으로는 숭고하고 영광스러운 예수님을, 다른 한편으로는 비천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예수님을 뵐 것입니다. 승리에 찬 행렬에서 예수님은 임금님의 영광을 받으셨지만 수난에서는 강도처럼 처형되셨습니다. 한쪽에서는 영광과 명예가 그분을 에워쌌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분에게는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다고 쓴 예언자의 고백이 증명되었습니다.(이사 53.2 참조).
한쪽에는 백성들의 기쁨과 자긍심이 있었지만 다른 쪽에서는 백성들의 조롱과 멸시만 있었을 뿐입니다. 한쪽에서는 '호산나, 주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축복받으소서!'(마르 11.9)라고 외쳤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분이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이라고 자처했으니 죽어 마땅하다고 고함치며 조롱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들에서 잎 많은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그분을 환영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손바닥으로 그분의 빰을 때렸고 갈대로 그분의 머리를 치며 조롱했습니다. 한쪽에서 그분은 찬양을 온몸에 받으셨지만 다른 쪽에서는 온몸에 모욕과 조롱을 받으셨습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자신들의 겉옷을 벗어서 그분이 가시는 길 위에 깔아 드렸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분이 친히 입고 계시던 옷마저 벗겨 알몸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그분을 의로운 왕으로 구세주로 예루살렘 성 안으로 모셔들였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분을 범죄자로 사기꾼으로 예루살렘에서 추방시켜 버렸습니다. 한쪽에서 그분은 칭송과 환호 속에서 새끼나귀에 오르셨지만, 다른 쪽에서는 십자가 위에 달리셨습니다. 채찍으로 찢어진 살갗, 상처입은 몸, 그리고 당신 제자들에게서 버림받은 몸으로 말입니다.
그대여, 만약 그대가 행복할 때나 어려울 때 한결같이 굴하지 않고 그대의 우두머리를 따르고자 한다면, 이 승리의 대열에 명예롭게 계신 분, 그리고 수난 속에서 모욕과 고통 속에서 계시는 분을 동시에 바라보십시오. 분명히 그분은 그토록 험난한 격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영혼의 상태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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